야설

생일 날 - 3부

소라바다 30,708 2019.09.11 10:30
거짓말을 하고 나온 집에서 공원에 갈까하다가 양복입고 늦은 밤에 혼자 공원에 앉아 있는 모습도 어색할 거 같아 어느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되겠단 생각에 택시를 탈까 하다가 집 근처에 있어야 되겠단 생각에 우리 집 출입구 쪽이 잘 내려다보이는 근처 피시방엘 들어갔다.
 
 
 
 
 
 
인터넷에서 이것저것을 보면서도 온통 내 신경은 집 쪽 으로만 향해 있었다.
 
 
 
 
 
 
 
 
 
 
 
 
 
 
밤 12시 경 집에 전화를 했다.
 
 
 
 
 
 
아내는 술이 많이 취한 듯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응..그래 도착하면 늦어서 전화도 못할 거 같네. 잘자~”
 
 
 
 
 
 
“네..그래요.”
 
 
 
 
 
 
“참 병국이는 갔어?”
 
 
 
 
 
 
“아뇨..지금 갈려고 하네요. 제가 무섭다고 좀 더 있다가 가라고 했어요.”
 
 
 
 
 
 
“공부할 아이인데, 가라고 해.”
 
 
 
 
 
 
“네 금방 보낼 께요. 컴퓨터가 좀 이상해서 봐주고 있는 중이에요”
 
 
 
 
 
 
“응~그래.”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아내가 어떤 사람인데 정신적인 엄청난 쾌감을 불러일으킬 대상을 두고 보냈을 리가 만무했다.
 
 
 
 
 
 
아내가 혹시 내가 거짓말로 꾸며서 이야기 한 걸 내심 눈치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엄청난 상상력의 소유자란 걸 잘 알기 때문에....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도 일부러 썬팅 된 창이 있는 곳에 앉아 창문을 삐끔히 연 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래층과 우리 집 창, 그리고 출입구 쪽을 번갈아 보았다.
 
 
 
 
 
 
우리 집 거실 쪽의 불은 켜져 있으나 아래층은 밤 12시가 되어도 여전히 불이 켜지지 않았다.
 
 
 
 
 
 
 
 
 
 
 
 
 
 
혼자 생각에 잠겼다.
 
 
 
 
 
 
내 머리 속은 온갖 상상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병국이가 술김에 아내를 덮쳤고 미친 듯이 거실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병국이 앞에서 아내가 두 다리를 무릎 세운 채 자기의 울창한
 
 
 
 
 
 
숲을 보여주면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화장실 문을 반쯤 열고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면서 담배를 피는 모습...
 
 
 
 
 
 
 
 
 
 
 
 
 
 
그러다가 아..컴퓨터 고친다고 했지..를 상상하며 열심히 컴퓨터를 고치는 병국이
 
 
 
 
 
 
옆에서 가쁜 숨소릴 조용히 흘리는 모습...
 
 
 
 
 
 
컴퓨터를 간단히 손을 보고 조용히 자기 집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병국이 모습 등등..
 
 
 
 
 
 
 
 
 
 
 
 
 
 
새벽 1시가 다 되어도 아래층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우리 집의 불도 아까처럼 여전히 켜져 있는 채로...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열려진 창문 틈을 보았을 때 우리집 거실의 불이 꺼져
 
 
 
 
 
 
있었다.
 
 
 
 
 
 
 
 
 
 
 
 
 
 
혹시.........
 
 
 
 
 
 
.....아냐..병국이가 집에 돌아가고 좀 있으면 아래층에도 불이 켜질 거야.....
 
 
 
 
 
 
그러나 아래층의 불은 켜지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피시방을 빠져 나왔다.
 
 
 
 
 
 
 
 
 
 
 
 
 
 
가까운 집으로 가는 길에도 취객 들이 비틀거린다.
 
 
 
 
 
 
조용히 출입구를 올라가며 혹시 내가 돌아온 걸 들켰을 때 뭐라고 변명할까를
 
 
 
 
 
 
생각했다.
 
 
 
 
 
 
 
 
 
 
 
 
 
 
내가 잠시 임시로 사는 상가주택은 좁은 땅에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이상한
 
 
 
 
 
 
구조로 지어져 있다.
 
 
 
 
 
 
원래 건물이란 네모반듯하게 지어져야 하나 평수를 넓히기 위해 비스듬한 면이 있게
 
 
 
 
 
 
지어졌다.
 
 
 
 
 
 
3층 건물 중에 2,3층은 주택으로 임대를 했고 1층은 부동산과 가게주인이 몇 번
 
 
 
 
 
 
바뀐 조그만 옷가게가 있었다.
 
 
 
 
 
 
출입구 쪽에 다 달아 생각을 했다.
 
 
 
 
 
 
왜 내려가지 않았냐고 물으면 친구도 술을 마셔 나에게 운전을 시키려다 그냥 내일
 
 
 
 
 
 
새벽에 가기로 했다라고....
 
 
 
 
 
 
 
 
 
 
 
 
 
 
계단을 오르는데 밤이라 유난히 발자국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는 신발을 벗어들고 고양이처럼 조심스레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랐다.
 
 
 
 
 
 
우리 집으로 통하는 문은 건물의 이상한 구조로 인해 뒷 베란다로 통하는 문이
 
 
 
 
 
 
하나 더 있다.
 
 
 
 
 
 
이사 할 때를 제외 하곤 사용할일이 거의 없는 곳이며 평소엔 잠겨져 있는 곳이다.
 
 
 
 
 
 
그 뒷 베란다는 곧바로 주방으로 통할 수 있고, 작은방 창문을 하나 스치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최대한 조용히 숨을 죽여 열쇠로 베란다 쪽 문을 열었다.
 
 
 
 
 
 
문을 열면서 내 가슴은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콩당 거리고 있었다.
 
 
 
 
 
 
문을 여는데 잘 사용하지 않는 문이라 약간 삐걱 이는 소리를 낸다.
 
 
 
 
 
 
 
 
 
 
 
 
 
 
그러면서 혼자 생각을 했다.
 
 
 
 
 
 
만약 병국이가 돌아갔다면 아내는 안방에서 곤히 잠에 취했을 테고(아내는 술을
 
 
 
 
 
 
마시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진다.
 
 
 
 
 
 
 
 
 
 
 
 
 
 
아니면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병국이와 이야길 하거나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아직도
 
 
 
 
 
 
손보고 있을지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방에서 둘이 뭔가를..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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